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제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사회성이 부족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처음 보내기 시작할 무렵, 우리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지, 또래와 잘 어울리며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을지가 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됩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저는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사회성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사회성은 단순히 ‘친구를 잘 사귀는 능력’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소통하며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자연스럽게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자극과 환경 속에서 놀이를 통해 서서히 길러지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가 처음 친구를 사귀는 시기는 생애 초기 중요한 사회적 발달 시점으로, 이때의 경험이 이후의 대인관계, 정서 안정, 자존감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아이가 처음부터 친구와 어울리는 데 능숙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색해하거나, 자기 물건을 빼앗기면 울어버리고, 놀이 중에 갈등이 생기면 바로 등을 돌리는 모습이 더 일반적이죠. 이럴 때 부모가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춘 놀이를 통해 사회적 기술을 자연스럽게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억지로 친구를 사귀라고 강요하기보다, 놀이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저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가 친구와의 첫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실적인 놀이법을 소개합니다. 24개월 유아부터 5~6세 유치원 시기의 아이까지 연령별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 중심의 사회성 교육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드릴게요. 아이의 사회성이 걱정되시는 부모님,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님께 꼭 필요한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1. 24개월 전후: 또래와의 첫 만남, 놀이를 통한 사회성 기초 다지기!
24개월 전후의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외부 세계에 호기심을 보이며 또래와의 만남을 경험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언어 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고, 감정 조절 능력도 미숙하기 때문에 또래와의 관계에서 자주 충돌하거나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간단한 말로는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해 때로는 울거나 소리 지르며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죠. 저희 첫째도 이 시기에 처음으로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장난감을 빼앗기면 울고, 옆에 있는 친구가 말을 걸면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시기의 사회성은 '서툴러도 괜찮다'는 것을 전제로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금씩 배워갑니다. 사회성의 기초는 이렇게 아주 작은 경험을 통해 서서히 쌓여가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놀이법은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 역할 놀이: 인형, 동물 모형 등을 활용해 간단한 역할 놀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아기, 강아지, 의사 등의 역할을 하며 상황을 설정하고 대화를 흉내 내는 과정에서 타인의 감정을 상상하고, 입장을 바꾸어 보는 능력이 자랍니다. “아기가 배고프대”라고 말하며 인형에게 밥을 먹이는 모습에서, 아이는 이미 타인에 대한 공감력을 싹 틔우고 있는 것이죠.
② 공동 작업 놀이: 블록을 함께 쌓아 올리거나 커다란 종이에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은 ‘협력’이라는 사회적 기술을 길러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물론 처음엔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거나 자기 고집을 부릴 수 있지만, 부모가 중재해 주면서 “같이 해보자”, “차례차례 해보자”는 말로 상황을 정리해 주면 아이는 규칙 속에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③ 모방 놀이: 이 시기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 하는 데 매우 민감합니다. 또래 친구의 행동을 흉내 내면서 배우고, 부모나 교사의 사회적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하며 사회적 규범과 역할을 체득하게 됩니다. 이를 활용해 “친구처럼 해볼까?” 하며 놀이에 접근하면 아이의 반응이 한층 더 적극적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처럼 24개월 전후에는 아이가 처음으로 타인과 관계 맺는 기본 틀을 배우는 시기로, '공유', '기다리기', '감정 표현'과 같은 사회성의 씨앗이 놀이를 통해 심어지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완벽한 상호작용보다는, 다양한 놀이 상황을 제공하고 아이가 직접 경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이가 친구와 놀며 실수하고, 울고, 다시 웃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사회성을 길러가는 자연스러운 길임을 기억해 주세요. 부모의 지나친 개입보다는 옆에서 지켜보며 필요한 순간에 따뜻하게 개입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지원입니다.
2. 3~4세: 언어 발달과 함께하는 상호작용의 확장
3~4세는 아이의 언어 능력이 눈에 띄게 발달하면서,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한층 풍부해지는 시기입니다.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대화가 가능해지고, 감정 표현 또한 다양해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친구와의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뿐만 아니라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까?’를 조금씩 인식하게 되며, 이 시기의 놀이 경험은 아이의 사회성, 감정 조절 능력, 자기 표현력 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저희 둘째는 바로 이 시기, 어린이집에서 처음으로 "친구랑 놀고 싶어"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소외되거나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함께 놀이를 하며 서서히 친구들과 가까워졌죠. 그 경험을 통해 저는 이 시기에 아이가 경험하는 ‘또래와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깨달았습니다.
추천 놀이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보드 게임: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간단한 규칙이 있는 보드 게임은 매우 유익합니다. 순서를 기다리거나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대로 움직이는 단순한 규칙이라도 아이에게는 사회 규범을 배우는 큰 기회가 됩니다. 순서를 지키지 않았을 때 친구가 속상해한다는 것을 직접 겪으며 타인의 감정을 배우고, 승패를 통해 기쁨과 좌절을 경험하면서 감정 조절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집에서 자주 활용하는 게임 중 하나는 ‘색깔 맞추기 카드 게임’으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내 차례야!”, “좋았어!”, “괜찮아, 다시 해보자” 같은 말들을 하며 대화를 이어가더라고요.
② 그룹 활동 놀이: 퍼즐 맞추기, 역할 분담이 필요한 미술 활동, 팀을 나눠 하는 간단한 체육 놀이 등은 협동심과 사회적 유대감을 키우기에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큰 그림을 여러 아이가 함께 그리는 활동은 자연스럽게 역할 조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양보, 타협, 협업이라는 소중한 사회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활동 중 “나는 나무 그릴게, 너는 하늘 그려줄래?”와 같은 대화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의사소통 능력과 협력적 사고를 기르는 기회가 됩니다.
③ 역할 교환 놀이: 엄마-아기, 선생님-학생, 경찰-도둑 등의 역할을 번갈아 하며 놀게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입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가 엄마 역할을 하면서 “밥 먹자~”라고 말할 때, 자기가 평소에 들었던 말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적 역할과 감정이입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특히 친구와의 역할을 주고받으며 진행하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추측해 보는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됩니다.
이처럼 3~4세 시기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놀이 속에서 관계 맺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이 놀이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역할을 정하고 갈등을 조율해보도록 지켜봐 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친구와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시도할 때, “그럴 땐 친구한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와 같은 질문으로 도와주는 방식이 아이의 사회적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회성은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일상 속 놀이와 상호작용 속에서 자라나는 능력입니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한다면 아이는 앞으로의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더 깊고 건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3. 5~6세: 친구 관계의 심화와 갈등 해결 능력 배양
5~6세는 아이가 친구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더 깊이 연결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함께 노는 친구였다면, 이제는 ‘친한 친구’, ‘싫은 친구’가 생기고, 아이 나름의 우정이나 서운함도 경험하게 됩니다. 그만큼 관계에서 오는 기쁨과 갈등이 동시에 늘어나게 되지요. 이 시기에는 친구와의 다툼, 의견 충돌, 질투, 소외감 같은 다양한 감정을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사회적 기술이 본격적으로 시험받습니다.
저희 셋째 아이가 6세 무렵이었을 때, 어린이집에서 "○○가 나랑 안 놀아줘서 슬퍼"라고 말하며 울던 적이 있어요. 그날 처음으로 친구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모습이 참 안쓰러웠지만, 동시에 ‘사회성의 다음 단계’로 접어들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날 저는 아이에게 무조건 “괜찮아, 다른 친구랑 놀면 되지”라고 말하는 대신, “○○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혹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아이의 감정을 하나씩 풀어보게 도왔습니다. 이처럼 감정과 갈등을 언어로 풀어내는 연습은 이 시기의 사회성 발달에 아주 중요합니다.
다음은 이 시기 아이의 갈등 해결력과 친구 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놀이 방법입니다.
① 문제 해결 놀이: 상황극 형식으로 “친구가 내 장난감을 빼앗았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친구가 하기 싫어할 때” 등의 갈등 상황을 아이와 함께 설정해보고 해결 방법을 토의해 보는 방식입니다. 아이에게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질문해 보면, 다양한 대답이 나오고 아이 스스로 감정 조절과 상황 판단을 하게 됩니다. 종종 인형을 이용해 ‘인형극’ 형식으로 진행하면 더 몰입도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엄마와 아이가 번갈아 가며 역할을 바꾸는 것으로, 엄마가 아이 역할을 하고, 아이가 친구 역할을 하면서 상황을 연기해 보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도 자연스럽게 됩니다.
② 감정 표현 놀이: 5~6세 아이들은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느끼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감정 카드, 얼굴 그림, 색깔로 감정을 표현하는 미술 놀이 등을 활용해 “기쁨, 화남, 슬픔, 부끄러움” 등 다양한 감정을 언어로 연결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색깔로 감정을 표현하는 놀이를 하며 “오늘은 어떤 색 기분이야?”라고 물어보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감정에 대해 말하게 됩니다. 이러한 표현 능력은 친구와의 갈등 상황에서 자기감정을 조절하고, 문제를 말로 해결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③ 협동 놀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목표가 있는 공동 미션 수행형 놀이를 통해 협동심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함께 큰 블록 성을 쌓거나, 보물찾기 미션처럼 역할 분담이 필요한 놀이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갈등과 협력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친구와 함께하기 위해 때로는 양보하고, 타협하는 방법도 배우게 됩니다. 특히 게임 중 발생하는 사소한 다툼이 좋은 사회성 학습 기회가 되기도 하니, 부모는 ‘갈등이 없는 놀이’를 목표로 하기보다, 갈등이 생겼을 때 함께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5~6세 아이들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법’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사회성은 갈등이 없을 때보다, 갈등이 있을 때 더욱 강하게 길러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가 다툼이나 서운함을 경험했을 때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보다, 그 감정을 인정해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관계를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놀이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며, 아이는 친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그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진정한 사회성이 아이 안에 자라납니다. 단순히 친구와 잘 노는 아이가 아닌, 친구의 마음을 읽고, 다름을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갈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내주세요.
결론
아이의 사회성 발달은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각 연령대에 맞는 놀이를 통해 아이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친구와의 관계에서 겪는 다양한 상황을 지켜보며 적절한 조언과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가 건강한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놀이법을 소개하였습니다. 이러한 놀이를 통해 아이는 친구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다양한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게 됩니다.
부모의 관심과 지원은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고, 적절한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키워나가세요.